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여소야대가 됐습니다. 소수 여당은 여당의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팅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필리버스팅은 소수당이 합법적으로 쓸 수 있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반복적인 거부권 행사와 함께 여당이 반대만 한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습니다. 필리버스터 뜻, 최장시간 필리버스터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목차
필리버스터 뜻과 어원
필리버스터 뜻
필리버스터 (Filibuster)란 국회(의회)에서 다수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으로 의사 진행을 지연시키는 무제한 토론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영국·프랑스·캐나다 등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영국 의회에서는 프리부터(Freebooter)라고 합니다.
어원
필리버스터의 어원은 좀 복잡합니다. 원래 네덜란드어로 해적을 의미하는 vrijbuiter였는데, 영어로 freebooter가 되었고, 다시 에스파냐어로 filibustero(필리부스테로)로 변형되었어요. 필리부스테로는 16세기의 민간 무장 해적선이나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로, 서인도의 스페인 식민지와 함선을 공격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어요. filibustero가 filibuster라는 이름으로 영어에 추가되었어요.
필리버스터는 1854년 미국 상원에서 캔자스·네브래스카주를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을 막기 위해 반대파 의원들이 의사 진행을 방해하면서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장시간 연설, 규칙발언 연발, 의사진행 또는 신상발언 남발, 요식 및 형식적 절차의 철저한 이행,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 거부, 총퇴장 등의 방법을 썼어요.
필리버스터 최장시간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2024.8/2일 필리버스터 역대 최장 시간 기록을 경신했어요.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 원 지원 법안'에 대해 전날 오후 2시 54분부터 이날 오전 6시 44분까지, 15시간 50분 넘게 반대 토론을 했어요. 역대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은 2016.2/23∼3/2일 민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반대'를 주장하며 벌였던 9일간 192시간 25분에 걸친 필리버스터예요.
미국의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은 1957년 민권법안을 반대하기 위해 연단에 오른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24시간 18분 동안 연설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필리버스터
우리나라에서 필리버스터를 가장 처음 한 인물은 1964년 당시 의원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어요. 당시 야당 초선 의원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구속동의안이 상정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해 안건 처리를 무산시켰어요.
필리버스터는 1973년 국회의원의 발언시간을 최대 45분으로 제한하는 국회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폐기됐어요. 그러다가 2012년 다수당에 유리한 신속처리안건 지정제도를 도입하면서 소수당에 유리한 제도로 필리버스터가 부활했어요. 본회의에 부의된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하려는 경우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서를 의장에게 제출하고,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하여 무제한 토론을 실시할 수 있어요.
무제한 토론이 시작되면 1인당 1회 토론을 할 수 있고, 토론자로 나설 의원이 더 이상 없을 경우 종결됩니다. 재적 3분의 1 이상이 종결을 원하고 무기명 투표로 재적 5분의 3 이상이 찬성할 경우에도 마무리됩니다. 무제한 토론 중 회기가 종료되면 해당 법안은 자동으로 다음 회기 첫 본회의 표결에 부쳐집니다.
필리버스터, 다양한 모습
한국에서는 오직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만 필리버스터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토론 중 자리를 비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도 금지되어 있어요.
미국은 발언이 의제와 아무런 관계가 없어도 됩니다. 드문 경우지만 성경을 읽거나, 셰익스피어나 조지 버나드 쇼의 희곡을 낭독하기도 해요. 자서전, 전화번호부, 요리책, 동화책까지 읽어요. 화장실을 가거나 간단한 식사를 하는 이유로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도 허용됩니다.
당론구속이 심해 무제한 토론의 지속이 어려운 일본은 의사방해를 위해 중복적인 질의 반복, 법안제출을 남발해 쟁점법안의 심의 늦추기, 투표함까지 아주 느리게 걷기, 위원회 심의 거부, 불신임 결의안 제출 등 희한한 방법까지 사용되고 있어요.
의결 방해는 고대 로마에도 있었어요. 집정관이었던 카이사르가 발의한 농지개혁법을 저지하려고 소 카토가 원로원에서 하루 종일 연설한 것이 유명하죠. 카이사르는 첫날은 카토의 연설을 들어주었지만 둘째 날에는 의사당 밖으로 끌어내버렸다고 해요.
필리버스터가 고대 로마에도 있었다고 하니 참 재미있군요. 일본 의원들이 시간을 끌려고 투표함까지 아주 느리게 걷거나 미국 의원들이 자서전, 전화번호부를 읽는 것도 유머러스하네요. 여러모로 우리나라는 너무 여유를 잃어버리고 사는 것 같아요. 필리버스터도 이왕 할 거면 좀 멋지게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