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더운 여름이 지나갑니다. 그래도 초복 중복이 지나 말복만 남았으니 더위가 꺾일 날도 머지않았죠. 올해 말복 날짜와 함께 복날 날짜 계산하는 법도 살펴보고, 복날 날씨, 의미, 음식 등 풍성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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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복
2024년 말복은 8월 14일 (수)입니다. 광복절 하루 전날이네요. 맛좋은 삼계탕 집에 빨리 예약부터 해야겠네요. 말복은 초복, 중복에 이은 삼복(三伏)의 마지막 절기고, 삼복은 복날 혹은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부릅니다. 삼경일은 생소한데요 이어서 삼경일이라 부르는 이유가 나옵니다.
복날 날짜 계산하는 법
하지로부터 셋째 경일(庚日)이 초복(初伏), 넷째 경일이 중복(中伏), 입추 후 첫째 경일이 말복(末伏)입니다. 삼복이 세 개의 경일이라서 삼경일이라 부릅니다.
경일(庚日)은 날짜를 표시하는 간지 앞부분에 경(庚) 자가 들어가는 날로 경오(庚午), 경진(庚辰), 경인(庚寅), 경자(庚子), 경술(庚戌), 경신(庚申) 일이 경일에 해당합니다. 10일에 한 번씩 돌아옵니다.
초복과 중복은 무조건 10일 차이지만, 중복과 말복은 20일까지 차이가 날 때도 있습니다. 초복과 중복은 하지를 기준으로 하지만, 말복은 입추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복날 날씨
삼복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에 오는데, 한반도의 날씨는 이 때가 1년 중 제일 덥습니다. 삼복더위라는 말도 유난히 이때 날씨가 덥기 때문에 생겼습니다. 낮 최고 기온이 33도가 넘는 폭염은 거의 매일 일어나고 밤 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도 이때 주로 나타납니다. 한 마디로 삼복은 더위와 한판 전쟁을 치르는 더위 전쟁 기간입니다.
초복, 중복, 말복 중에서도 중복이 가장 더운 편입니다. 말복은 입추를 지나서 중복보다는 더위가 약하고, 초복은 더위에 들어가는 때라 가장 덜 더운 편입니다. 특히 말복이 중복에서 20일 가량 지나서 올 때는 더위가 한풀 꺾여 중복보다 시원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기후변화로 천방지축인 날씨는 감안해야 합니다.
복날 의미
복날의 '복(伏)'자는 엎드리다, 복종하다라는 뜻입니다. 가을의 선선한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의 더운 기운이 강해서 엎드려 복종한다는 의미죠. 오행에서 여름은 불[火]에 속하고, 가을은 쇠[金]에 속합니다. 여름 불기운에 가을의 쇠 기운이 세 번 굴복한다라는 뜻으로 삼복이라 불렀습니다.
앞서 삼복을 삼경일이라고도 부른다고 한 것 기억하시나요? 간지(천간) 중에서 경(庚)은 오행으로 볼 때 금(金)이며,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합니다. 금의 기운, 가을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경일을 복날로 정해 더위를 극복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삼복의 시작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중국 진(秦) 나라 때부터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복날 음식
옛날에는 개장국 (보신탕)
1990년대까지만 해도 복날에는 단체로 보신탕집을 찾곤 했죠. 옛날에는 복날 개장국을 끓여 먹는 풍속을 복달임, 복놀이라 했습니다. 복날에 개고기를 즐겨 먹었던 것은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홍석모의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개장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개를 삶아 파를 넣고 푹 끓인 것이 개장(狗醬)이다. 닭, 죽순을 넣으면 더 좋다. 개장국에 고춧가루를 넣고 밥을 말아먹으며 땀을 흘리면 허해진 기를 보강할 수 있다. [사기(史記)] 진덕공 2년(기원전 676)에 삼복 제사를 지냈는데, 성안 대문에서 개를 잡아 해충을 막은 것으로 보아 개를 잡는 것이 복날 행사요, 개장이 삼복의 가장 좋은 음식이 된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복날 개고기를 먹었던 것은 부족한 쇠[金]의 기운을 보충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또 오행이 나오는데 개는 금(金)에 속해서 불기운이 금을 녹이는 복날에 개를 먹어 쇠(금)를 보충하고자 했답니다. 그래야 더위로 허해진 심신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합니다.
요즘은 삼계탕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삼복 때 벼슬이 높은 신하들에게 장빙고의 얼음을 맛보게 했다고 해요. 민간에서는 닭(백숙)과 같은 보양식과, 수박, 참외를 먹으면서 계곡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고 전해집니다.
복날에 삼계탕을 먹었던 것은 닭과 인삼이 따뜻한 기운을 내장에 전하고 지친 몸을 회복시키기 때문입니다. 삼계탕, 백숙 등 복날 음식을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설도 있는데, 수분과 단백질을 채우려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삼계탕은 1960년대 이후 산업화 시대에 점심 메뉴로 판매되면서 복날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어요. 복날에 팥죽을 먹기도 했는데, 팥이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에요.
농사가 주업이던 시절에는 아무리 더운 복날이라도 농번기라 일은 해야 했죠. 그래서 수분, 칼로리 보충을 위해 국물 고기 요리를 주로 먹었습니다. 보신탕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삼계탕을 먹었어요. 육개장, 민어, 장어, 추어탕, 설렁탕, 용봉탕, 전복죽, 흑염소, 메기매운탕 등 각종 보양식도 먹었습니다. 전통적인 복날 보양식은 대부분 이열치열로 먹은 것이 특징이네요. 고기를 양껏 먹기 힘들었던 옛날에는 증편, 주악, 백설기를 별식으로 해 먹기도 했어요.
요즘 들어 복날에 닭고기를 많이 먹는 이유는 개고기 기피 현상의 여파도 크죠. 덕분에 보신탕 대신이었던 삼계탕이 복날 대표 음식이 되었어요. 삼계탕 대신 찜닭, 불닭, 닭갈비, 닭볶음탕, 치킨 등 다른 닭 요리를 먹기도 합니다. 더운 날 뜨거운 걸 먹기 싫은 사람들에게 냉면, 콩국수, 초계탕도 복날의 인기 음식이에요.
말복을 끝으로 삼복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복날 계산하는 법을 보니 말복은 입추 지나서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가을이 여름에 세 번 굴복해서 삼복이라 불렀다는 삼복의 의미도 재미있군요. 유난히 더운 올여름, 더위에 다들 지쳐가고 있죠.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복날 음식을 먹으면서 마지막 더위를 이겨내세요.